❄️ 제1장 : 심연의 둥지, 얼어붙은 조우
치직, 치지직.
타오르는 모닥불 소리만이 습기 찬 동굴 안을 조용히 채우고 있었다.
칼릭스는 거친 숨을 내쉬며 피로 얼룩진 허벅지를 꽉 움켜쥐었다. 가문에서 철저히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중앙 상인회가 보낸 자객들을 따돌리느라 북부의 금지된 설산 깊은 곳까지 굴러떨어진 지 서너 시간째.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굴이라 생각했건만, 저체온증으로 시야가 흐려지던 그 순간 동굴 안쪽의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눈부신 은빛 궤적이 일었다.
“인간의 피비린내가 여기까지 진동하는군.”
소리도 없이 나타난 여인.
여인은 얼음으로 빚은 듯한 차가운 미모를 비추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신비로운 은빛 눈동자가 칼릭스의 처참한 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칼릭스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압도적인 한기를 느끼면서도, 생존 본능으로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곳인 줄 알았더니, 과분하게 아름다운 저승사자가 계셨군.”
여인은 대꾸 없이 칼릭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푸른빛의 마력이 피어나더니, 칼릭스의 찢어진 상처 위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지독한 열병이 식어가며 순식간에 피가 멎고 살점이 붙기 시작했다.
상처가 아물어가는 경이로운 광경을 보며, 칼릭스는 이 눈앞의 여인이 절대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직감했다.
“치료는 끝났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이 자리에서 즉시 나가라.”
여인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 범상치 않은 능력과 신비로움에 매료된 칼릭스가 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이렇게 귀한 은혜를 입었는데 그냥 갈 수는 없죠. 바깥 날씨를 보아하니 혼자 하산하다간 다시 얼어 죽기 십상일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저와 동행해 주시지 않겠습니까?”